하도 바빠 드디어 3번째 글이 올라가는군요 --); 아마 제가 누군지 기억도 못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교수님과 다른 분들 모두 건강하셨길, 그리고 앞으로도 건강하시길 빕니다.

일주일 전 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혹시 촛불시위 참가한 녀석 있으면 손을 들라고 하시더군요. 아무도 들지 않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안심하신 듯한 표정으로 그런거 해봤자 아무런 쓸데 없고 너희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는데, 바로 학생으로서의 모습과 한 사람의 시민(미성년자가 그런 말이 가당키는 한지 모르겠습니다만;;;)으로서의 모습 중 어느 것을 선택하냐는 것입니다. 제 마음은 당장 광화문에 가서 뭔가를 하라고 하는데, 현실은 학원에 박혀 있거든요. 거기다가 학생들 몇명이 시위도중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쟤들은 저기서 저러고 있는데 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나에겐 사회적 의식이 없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얘기를 친구한테 했다가 맞을 뻔 했습니다.--) 전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아.. 또, 고등학교에 익숙해지면서 고등학교가 신문에 자주 나오는 정치판과 별 다를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중3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여자애들이, 중학교 교복을 벗은지 몇달만에 각종 모략을 써가며(물론 그 수법이라는게 상당히 허접하긴 합니다만) 서로 견제를 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같은 반 애들하고 구석에 앉아서 반을 보고 있으면 두 패로 갈라진 여자애들 사이의 미묘한 기류가 보일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실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근데 이 홈페이지에서 말을 쓰다보면 저도 모르게 굳어버립니다. '이러저러한 걸 말해야겠다'고 말하려다가 말을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어도, '이러저러한 걸 써야겠다'고 하려다가 손가락이 더듬더듬거려서 키보드를 못 치는 경우는 이 곳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제 멍청한 머리와 빈약한 지식이 드러나는 걸 꺼리는 몸의 자동반응인가봅니다.


안병길님께(달리 더 높은 존칭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혹시 있다면 알려주세요ㅠㅠ) 질문 하나 드립니다.

약 1년 전부터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연주자마다의 '해석'을 심도 있게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혹시 연주자마다 해석의 차이를 느끼려면 화성학 같은 걸 배워야하는 건 아니지요?

그래도 열정이나 월광 같은 비교적 짧은 곡들은 어느 정도 느낄 수는 있겠는데, 교향곡류(특히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정말 좋아해서 대부분의 지휘자 버전을 들었는데..)나 오페라류는 이게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아.. 더 무서운건미사곡...

혹시 뭔가 해석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니면 그냥 그런거 신경 안 쓰고 자기가 좋은거 들으면 알아서 귀가 틔일까요? 부디 답변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