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언론자유지수가 공개되었습니다. 한국의 23년 순위는 47위로, 전년대비 4계단 하락했습니다. 입만 열면 자유를 부르짖는 정부가 제대로 체면을 구긴 셈인데 올해의 순위를 보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수준입니다.

24년도의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는 62위. 전년대비 15계단 하락했습니다. 전 정부와 비교하면 19계단 떨어진 셈이지요.

국경없는 기자회에서는 세계 180개국의 언론 자유 환경을 평가해 '좋음', '양호함', '문제 있음', '나쁨', '매우 나쁨'으로 분류합니다. 한국은 양호함 단계에서 문제 있음으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지수 하나만 가지고 한 나라의 사회 분위기를 평가하는건 어불성설입니다. 허나 일반적으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도가 높음을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순위 하락은 큰 망신입니다. 특히 앞에서 말했듯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는 정부에서 이리도 박한 평가를 받았음은 극단적 언행불일치가 원인이라 봐도 무방하리라 봅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정권 성향에 따라 등락이 오르내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노무현 정부때 31위로 최고점을 기록했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70위로 추락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꾸준히 40위대 초중반을 유지했지요. 그러다가 이번 정부에서 62위로 하락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밝힌 순위 하락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영방송 경영진 임명에 있어 정부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며 이해 상충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몇 차례 언급된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평가와도 맥을 같이하는 의견입니다. 물론 현 정부에서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 논리이기도 하지요.

한가지 아이러니한것은 이 나라의 주류언론들이 정부를 깎아내릴수록 순위가 높아지고 높일수록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이 정부는 출범 이후 대다수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탄생한 정부이고요. 그렇게 했음에도 전 정부 대비 순위가 고작 19계단밖에 내려가지 않았음에 놀라워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점은, 이런 빅뉴스를 메인으로 보도한 방송사가 고작 두 군데 뿐이었다 하더군요. 언론들 스스로도 이런 평가를 부끄럽게 생각하는건지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일 가능성을 높게 치지만서도, 그게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