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감상은 아니고...
아주 어렸을 때 호암아트홀?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암튼 이중섭전을 했었고 거길 갔었습니다... 화가는 당시 너무나 궁핍한 살림이었고 그때 도록에서 읽기론 자신의 아이들과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아이들그림이 유독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중섭 개인도 굉장히 천진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항상 그림을 그려서 편지를 보냈고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껌종이 같은 은박지에 그린 것도 있었습니다... 되게 마음 아팠었더랬습니다.. 계속 떨어져 지냈다는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잘 안나요...

이중섭의 소 그림은 붓질의 느낌도 거칠고, 색상도 고대비이기에 소의 아주 뜨겁고 거친 숨결이 느껴집니다... 뜨겁고 거친 무언가를 동경했나봅니다. 소의 주름과 골격의 과장은 결국은 어떤 혼일지도... 우렁참이라기 보단 이미 많이 지치고 늙은 것도 같고, 날것의 느낌과 가장 동적이라하는 사선구도를 사용하고 있는 특징도 보입니다.. 육식을 하는 것들에게 대항하는 초식의 것의 처절한 저항도 느껴집니다... 이제 곧 잡아먹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눈을 부릅뜹니다... 흰소의 경우도 수평이지만 골격을 강조하여 극단적 대비를 보여줍니다. 육신이 녹고 썩은 후에도 계속 저렇게 서있을 건가 봅니다.. 그런 점들이 피카소의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피카소의 소는 정적이거나 겁먹은 소로 보이고 일차원적인 고발이 더 뚜렷합니다. 그에 비해 이중섭 개인은 무언가를 상징했던 것이 분명한 듯합니다. 그리는 이가 포착한 것들에게 작위성이 더 강하니깐요. 우리 민족으로 평론한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도....

좋은 댓글과 해설 고마와요.
저도 어디선가 이중섭 소가 우리 민족을 암시한다는 평을 들은 것 같아요.

왼쪽 위 그림은 피카소의 게르니카군요...이번 기말 고사시험범위에 포함된 작품인데 제가 좋아하는 작품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게르니카는 스페인의 게르니카라는 지방의 폭격을 소재로 그린 것입니다. 전쟁의 무서움, 민중의 분노와 슬픔을 격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상처입은 말, 버티고 선 소는 피카소가 즐겨 다루는 투우의 테마를 연상케 하며, 흰색·검정색·황토색으로 압축한 단색화에 가까운 배색이 처절한 비극성을 표현합니다. 극적인 구도와 흑백의 교묘하고 치밀한 대비효과에 의해 죽음의 테마를 응결시켜 20세기의 기념비적 회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조국에서 벌어진 학살행위를 고발하고자 2개월 만에 '게르니카'를 그려 그 해 파리 국제 전시회에 공개했습니다. 게르니카는 그 후 학정에 대한 저항과 화해의 상징이 됐으며 침묵하던 세계의 지식인들이 직접 스페인으로 달려가 총을 들게 했다고 합니다. 그림에는 말에 올라탄 사람 아래 여러 사람들이 짓밟혀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거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을 의미하며 말위의 사람들은 프랑코 장군의 군부 쿠데타 세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데 말을 탄 사람은 한 눈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다른 한 눈은 옆을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 세계는 공습을 주도한 히틀러 정권만을 비난했는데 피카소는 이중적인 인물화를 통해 게르니카 공습이 실제로는 스페인 군부의 사주에 의한 것임을 웅변했다고합니다. 이처럼 피카소는 사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줄 때 숨겨진 진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그래서 피카소는 여러 각도에서 본 사물을 모두 모아 그림으로 표현했다. 피카소의 입체화는 당시 지식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는데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3차원의 공간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음으로써 4차원을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피카소는 이러한 종합적인 입체화의 방법을 정립한 뒤 " 드디어 우리는 완전한 형태를 그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글이 올라와 덕분에 하기싫던 미술사 시험공부내용을 정리하게 되었네요..^^
여기까지는 미술사가들이 정리한 이론적인 접근방식이였구요 저같은 경우는 미술 작품을 처음 딱 봤을때 전해오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게르니카 작품 역시 굉장히 큰 대작으로 게르니카폭격을 소재로 했다는 배경지식만을 알고 있는 상태서 그림을 접했을때 전쟁의 참상과 희생자들의 애환,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의 위험성에 대한 고발 정신이 느껴졌거든요.
저는 동양화를 전공하는데 미술전공한다고 하면 겪는 고역 중 하나가 그림을 볼때 그림설명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미술사학자, 화가, 일반인 등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방식으로 그림을 감상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학자들은 역사적 가치를 생각하며 감상한다고 하고 저같이 그림그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창의적인 표현법인지를 염두하고 감상합니다. 그러나 저는 누가 감상하든 작품을 처음 대했을때 전해오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하긴 하지만요..^^

그런의미에서 안병길님이 한국인이기때문에 이중섭의 소가 더 맘에 든다는 것은 작품을 접할때 작품이 전해준 느낌에 근거한 감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우리만이 갖고 있는 한국인의 정서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중섭의 소를 민중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그의 작품들을보면 힘있고 거칠지만 어딘가 모르게 애환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 민중들처럼요....^^

제 원래 전공이 전쟁/분쟁 이론이라서 게르니카는 이전부터 그 명성을 익히 들었습니다. 한국전쟁을 연구한 부르스 커밍스의 책 표지에도 실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비아님의 친절한 해설을 참조하니 도움이 많이 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역시 그림도 음악과 마찬가지로 감상자의 느낌이 가장 중요한가 봅니다. "힘있고 거칠지만 어딘가 모르는 애환"이라는 표현은 정말 공감이 됩니다.

야, 신비아양의 권위 있는 해설이 곁들여지니 더욱 멋있는걸.

유학시절 MOMA에서 한 벽을 가득 채운 Guernica를 보고 느낀 감동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스페인이 민주화된 후 고국으로 보내달라는 Picasso의 요청에 따라 그 때까지는 뉴욕 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내 방에 그것의 모사품 액자가 걸려 있는 것 못 보셨나요?

안녕하세요~.

와... 선생님 게르니카를 직접 보셨다니 너무 부럽네요. 전 아직 못봤는데 직접 보면 눈물날거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 방에 걸린 그림 을 어떻게 지나쳤겠습니까? 제가 처음 선생님 방에 들렸을때 벽에 걸린 그림과 또 문을 열자마자 오른편에 쌓여 있는 수많은 CD들 중 제일 위에 브랜델 CD가 있는 것을 보고 선생님께 반했었거든요~ㅋㅋ

비아양, 브랜델 CD 중 듣고 싶은 것 있으면 언제든 빌려가도 좋아.

내가 MOMA에서 그 그림을 봤던 것은 70년대 후반으로 박 대통령의 독재정치가 극성을 부리던 때였습니다.
난 미국에 나와 있어 그 폭력을 피할 수 있었지만, 고국에서 연일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에 마음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국 스페인이 민주화되면 그 그림을 고향으로 보내 달라는
Picasso의 유언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을 겁니다.
나도 민주화된 나라에서 한번 살고 싶다는 것이 내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부럽지 않은 민주화를 이루어냈고, 난 그것만으로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어두운 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아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