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시험 성적이 공개되자 매년 일어나는 일이 또 한번 반복되었습니다.
하나는 학점 고쳐 달라는 요청인데, 재미있는 것은 올려달라는 요청보다 내려달라는 요청이 더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수업 중에 그런 요청 들어주지 않는다고 누누히 강조했건만 굳이 그런 요청을 해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더군요.(물론 공언한 대로 하나도 고쳐주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는 채점에 대한 문의인데, 자신은 맞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왜 점수가 그리 낮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차제에 채점을 어떻게 했느냐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혀 볼까 합니다.
우선 1번은 두 사람의 소요곡선을 단순히 왼쪽으로 이동시킨 그림만으로는 10점도 얻기 힘듭니다.
왜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는지 그 논리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며, 정확하게 그 위치가 어디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더군다나 거기에 덧붙여 그린 무차별지도의 모양이 틀렸으면 그에 맞게 감점을 했습니다.
그래서 1번은 만점이 거의 없었습니다.
2번의 경우에는 공공사업 시행 후 가격 변화가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 경우에는 소비자잉여로 편익의 변화를 재야 하며 거기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즉 공급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켜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그것에 기초해 소비자잉여의 증가폭을 보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정답을 쓴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그저 소비자잉여로 재야 한다는 말만 쓴 경우는 5점을 주었습니다.
3번의 경우에도 단지 수평선의 모양을 갖는 수요곡선과 수직선의 모양을 갖는 공급곡선의 경우 그런 결과가 나타난다는 답을 쓴 경우에는 5점만 주었습니다.
정답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수요곡선이 아래쪽으로 이동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균형점의 변화로 인한 생산자잉여의 감소폭을 그림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공급곡선을 위로 그린 그림을 그렸을 뿐 아니라, 생산자잉여의 감소폭을 보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4번 문제는 정확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저 대충 그려놓고 점수를 달라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그 초과부담은 "새로운 무차별곡선이 의미하는 효용수준과 종전의 무차별곡선이 의미하는 효용수준 사이의 차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한 것이다."라고 써야 하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정확하게 쓴 사람은 다섯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대충 두 무차별곡선을 비교하는 식으로 답을 썼는데, 그게 어떻게 초과부담의 답이 될 수 있습니까?
초과부담은 화폐의 가치로 표현되어야 하는 개념인데요.
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이 그렇게 적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지막 문제는 답을 0.5라는 것으로 내야 하는데, 이걸 맞춘 사람 그 자체가 많지 않았습니다.
설사 운 좋게 그 숫자를 맞췄어도 그것을 정확하게 해석한 사람은 상당히 드물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계소득세율이 50%를 넘는 투자자는 채권보다 주식을 더 선호하게 되며, 기업의 경영자는 기업의 잠재적 투자자를의 한계소득세율의 분포를 짐작하고 그에 걸맞는 자본구조를 선택한다."라는 구절이 꼭 나와야 합니다.
0.5라는 숫자가 도출되고 대략의 논리가 제시되면 만점을 주기는 했지만, 사실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내 재정학 강의를 들은 사람들 중 성적이 불만이 있는 사람은 우선 이 글을 잘 읽고 자신의 답을 스스로 채점해 보기 바랍니다.
나를 원망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엉터리 공부를 했는지 반성해 보라는 말입니다.
경제학은 대충 때울 수 있는 학문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점은 채점에 대한 항의가 주로 이공계 학생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하는 학문에서는 소수점 숫자가 하나 틀려도 형편없는 오답이 되는데, 경제학은 대충 써도 정답이 되는 것으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이런 오해가 나를 무척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ps. 내년부터는 재정학 강의 첫날에 미시경제이론에 관한 기초시험을 치룸으로써 준비가 안 된 학생들을 걸러내려고 합니다.
거기서 거의 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수강신청을 취소해야 하겠지요.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준비가 안 된 학생이 들어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나는 학점 고쳐 달라는 요청인데, 재미있는 것은 올려달라는 요청보다 내려달라는 요청이 더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수업 중에 그런 요청 들어주지 않는다고 누누히 강조했건만 굳이 그런 요청을 해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더군요.(물론 공언한 대로 하나도 고쳐주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는 채점에 대한 문의인데, 자신은 맞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왜 점수가 그리 낮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차제에 채점을 어떻게 했느냐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혀 볼까 합니다.
우선 1번은 두 사람의 소요곡선을 단순히 왼쪽으로 이동시킨 그림만으로는 10점도 얻기 힘듭니다.
왜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는지 그 논리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며, 정확하게 그 위치가 어디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더군다나 거기에 덧붙여 그린 무차별지도의 모양이 틀렸으면 그에 맞게 감점을 했습니다.
그래서 1번은 만점이 거의 없었습니다.
2번의 경우에는 공공사업 시행 후 가격 변화가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 경우에는 소비자잉여로 편익의 변화를 재야 하며 거기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즉 공급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켜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그것에 기초해 소비자잉여의 증가폭을 보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정답을 쓴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그저 소비자잉여로 재야 한다는 말만 쓴 경우는 5점을 주었습니다.
3번의 경우에도 단지 수평선의 모양을 갖는 수요곡선과 수직선의 모양을 갖는 공급곡선의 경우 그런 결과가 나타난다는 답을 쓴 경우에는 5점만 주었습니다.
정답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수요곡선이 아래쪽으로 이동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균형점의 변화로 인한 생산자잉여의 감소폭을 그림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공급곡선을 위로 그린 그림을 그렸을 뿐 아니라, 생산자잉여의 감소폭을 보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4번 문제는 정확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저 대충 그려놓고 점수를 달라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그 초과부담은 "새로운 무차별곡선이 의미하는 효용수준과 종전의 무차별곡선이 의미하는 효용수준 사이의 차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한 것이다."라고 써야 하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정확하게 쓴 사람은 다섯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대충 두 무차별곡선을 비교하는 식으로 답을 썼는데, 그게 어떻게 초과부담의 답이 될 수 있습니까?
초과부담은 화폐의 가치로 표현되어야 하는 개념인데요.
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이 그렇게 적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지막 문제는 답을 0.5라는 것으로 내야 하는데, 이걸 맞춘 사람 그 자체가 많지 않았습니다.
설사 운 좋게 그 숫자를 맞췄어도 그것을 정확하게 해석한 사람은 상당히 드물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계소득세율이 50%를 넘는 투자자는 채권보다 주식을 더 선호하게 되며, 기업의 경영자는 기업의 잠재적 투자자를의 한계소득세율의 분포를 짐작하고 그에 걸맞는 자본구조를 선택한다."라는 구절이 꼭 나와야 합니다.
0.5라는 숫자가 도출되고 대략의 논리가 제시되면 만점을 주기는 했지만, 사실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내 재정학 강의를 들은 사람들 중 성적이 불만이 있는 사람은 우선 이 글을 잘 읽고 자신의 답을 스스로 채점해 보기 바랍니다.
나를 원망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엉터리 공부를 했는지 반성해 보라는 말입니다.
경제학은 대충 때울 수 있는 학문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점은 채점에 대한 항의가 주로 이공계 학생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하는 학문에서는 소수점 숫자가 하나 틀려도 형편없는 오답이 되는데, 경제학은 대충 써도 정답이 되는 것으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이런 오해가 나를 무척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ps. 내년부터는 재정학 강의 첫날에 미시경제이론에 관한 기초시험을 치룸으로써 준비가 안 된 학생들을 걸러내려고 합니다.
거기서 거의 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수강신청을 취소해야 하겠지요.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준비가 안 된 학생이 들어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